대전일보 :: 이현종 쌤의 교과서 밖 과학터치
| 하브루타 기법을 학교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상세한 사례를 만나 반가웠습니다. 저도 독서토론을 하브루타기법을 사용하여 해 본 경험이 있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토론의 주제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독서토론을 리드하는 선생님 입장에서는 의미있는 주제를 이끌어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대상 도서에서 그 내용을 자연스럽게 도출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책은 글자보다는 학생들로 하여금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데 손쉬웠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마다의 느낌을 얘기하는 중에 현실적으로 찬반토론이 될만한 주제를 선생님이 정해주는 방법이 가능할거라는 생각이 들어 효과적인 찬반토론이 전개되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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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쌤의 교과서 밖 과학터치
2017-06-06기사 편집 2017-06-06 10:35:14
대전일보 > 사회 > 에듀캣
- 그림책 하브루타최근 학교 현장에서 유대인의 교육방법인 '하브루타'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브루타(havruta)는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을 의미한다. 능동적이고 탐구적인 대화를 통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교육법인 셈이다. 학교 수업시간에 생명 윤리를 가르친다고 가정해 보자. "과학자들이 생명윤리법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된다. 또 법 준수에 대한 토론을 이어감으로써 생명윤리법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대신 학생 스스로 사고하고 느낄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보문고등학교는 과학 시간에 그림책을 활용한 하브루타 수업을 시도하고 있다. 그림책을 소재로 생물 다양성이나 인간과 생물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 생명과 자연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고있다. 고등학생에게 그림책 '이빨 사냥꾼(조원희·이야기꽃)'을 보여주면 대부분 처음엔 황당해 한다. 그림책으로 수업이 가능하겠느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그림책에 대한 질문을 만들고, 대답하며 토론하는 시간을 거치고 나면 그림책이 단순히 어린이가 보는 책이라는 생각이 잘못된 고정관념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책 '이빨 사냥꾼'은 한 아이가 코끼리 얼굴을 한 사냥꾼들에게 쫓기는 꿈 이야기다. 사냥꾼들은 아이를 잡고, 이를 뽑은 뒤 담배 파이프나 조각품 등을 만든다. 지독한 꿈을 꾸고 난 아이는 어른들에게 꿈 이야기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볼 때 코끼리 상아를 어깨에 멘 어른들이 온다. 그 어른들의 얼굴에는 눈이 없다. 책은 사람과 코끼리의 입장을 바꿔 인간의 탐욕을 돌아보도록 한다. 이 책으로 열 번이 넘게 수업을 했지만 매 수업마다 놀라울 만큼 다양하고 수준 높은 질문과 토론이 이어진다.
"아이가 어른들에게 꿈 이야기를 하면 어른들의 태도는 바뀔까?", "이 아이는 자라서 밀렵꾼이 될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코끼리의 상아가 꼭 필요한가?" 등의 질문을 던지고, 토론하는 사이에 굳이 교사가 설명하지 않아도 학생들은 생물 다양성과 생명의 가치에 대해 깊이 사고하게 된다.
그림책은 사전에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이 적어 수업에 적용하기가 쉽다. 또 책을 즐겨보지 않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학생들은 좋은 질문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한다. 또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토론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경청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날카로운 질문과 의견, 반박을 들으면서 자신의 사고도 깊어진다.
'중요한 문제(조원희·이야기꽃)'라는 책으로 수업할 때였다. 한 학생이 자신이 당면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자신은 컴퓨터를 너무 좋아하는데 당장 대학 진학을 위해서 지금 하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하는지를 물었다. 코딩을 너무 배우고 싶은데 입시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 같고, 학교에서 코딩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야간 자율학습을 빼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일단 대학 입학을 위한 공부를 하고, 하고 싶은 일은 나중에 하면 된다는 논리 전개 속에서 우리 교육의 '중요한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만족 지연형의 삶을 사는 학생들이 안타깝지만 내신과 모의고사로 끊임없이 등급이 매겨지는 학생들에게는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적어도 어른들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긍정적이다. 학생 스스로 답을 찾아가며 그 선택에 후회가 없기를 바란다.
보문고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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